주전골소개   

                                                                           
                                             

                                                     

설악 흘림골 트레킹 첫번째 이야기
남설악 깊은곳에 감추어져 있었기에 더욱 가고싶은 골짜기. 그 길은 어제도, 오늘도 그렇게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의 길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설악산을 만나고 돌아왔다.
                                                           
                                                             <등선대에서 본 귀청때기봉, 대청봉의 능선과 흘림골 등산로>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영혼의 반쪽을 산 어딘가에 묻어놓고 내려온다. 내려올 때 다리가 무거운 것은 오래된 나뭇가지에,
아직까지 바람을 맞지 않은 붉은 흙더미 속에 묻힌 영혼이 등산객을 부르기 때문 이다. 20여년 만에 다시 사람들에게 자태를
드러내는 설악산 흘림골은 수많은 영혼이 채 마르지 않은 물기를 톡톡 털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곳이다.
차를 타고 44번 국도를 따라 오색에서 2km 정도 가면 왼편으로 흘림골 입산 표시가 나타난다. 20년만 의 개방임을 증명하듯 입산 초입 부분부터 곳곳에 전나무가 부러진 몸뚱이를 그대로 내보이고 있으며, 무성하게 우거져 얼굴을 때리는 수풀은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안내하는 사람이 없다면 과연 이 곳이 등산로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납게 흩어진 바위를 타고 50분 정도 오르면 가장 먼저 흘림골의 대 표명소로 꼽히는 여심폭포가 나타난다.
 여성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닮았다 하여 여심(女深)폭포라 불리는 이곳은 여신(女身)폭포라고도 한다. 
 음부와 흡사한 모양새에 잠시 얼굴이 붉어지지만 그것도 잠시. 자연은 모든 것을 은밀하게 만들지 않
 았던가. 튀는 물방울을 맞으며 폭포 가까이 다가서면 푸른 물이 고인 소도 볼 수 있다. 다시 20분 정
 도 올라가면 잠시 휴식을 취할 만한 평지가 나타난다.  열 명 정도가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
 니 사람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쓰러진 나무와 바위를 붙잡고 경사진 능선을
 오르면 드디어 등선대가 나타난다.

 등선대 정상에 오르려면 적당한 뚝심이 있어야 한다.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디딜 곳도, 잡을 
 곳도 바위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은 내밀어주는 사람의 손길이 반갑게 느껴지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
 삼 깨닫는다.  등선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산행으로 힘들었던 몸이 깨어나는 듯 순식간에 시원함
 이 느껴진다. ‘설악은 카메라 렌즈를 어디에 대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이 곳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게바위, 거북바위 등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능선 전체에 자리하며,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한계령이 반갑게 맞는다.

<등선대 내려오는 길에 핀 바람꽃과 솜다리꽃 및 비교적 수월한 주전골 폭포코스>

등선대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에델바이스라 불리는 솜다리꽃 등 희귀한 야생화를 만날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일대 군락을 이루어 만발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우아한 자태의 바람꽃, 잎 사이로 대가 올라와 보랏빛 꽃을 피우는 좀붓꽃 등이 사람의 눈을 피해 생명을 이 어 가고 있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흘림골도 마찬가지다. 땅속 깊이 박혀 있지 않은 큰 바위가 많아 잘못 딛으면 발목을 다치기도 쉽다. 쉬었다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가까운 곳 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등선폭포다. 폭포 위에 자리한 바위 밑으로 물이 흘러내려 물이 쏟아진다는 느낌보다 산이 물을 토한다는 느낌이 든다. 주전골의 비경을 따라 열두 번을 굽이져 내려 오는 십이폭포 밑으로는 주전폭포가 다소곳한 모양새를 가다듬고 있다.

주전폭포부터는 길이 완만해진다. 로프를 붙잡고 바위를 건너야 하는 코스도 있지만 재미를 느끼게 할 정도다. 철 책 사이로 몸을 통과한 후부터는 다리와 난간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은 통과할 수 없다는 금강문을 지나 조 금 더 걸어가면 선녀가 노닐었다는 전설의 선녀탕이 푸른 계곡물을 자랑한다. 선녀들이 목욕했던 그 물에 이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산천어와 열목어가 꼬리를 힘차게 휘 저으며 헤엄을 친다. 당장이라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물속 으로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각기 다른 형상의 기암괴석 사이로 흘러내리는 주전골 물 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끄트머리 부분에 오색2약수가 나타 난다. 현재 1약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물을 마시려 면 이곳을 이용해야 한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과 함께 철분의 비릿한 맛이 특이한 오색온천은 1500년 전에 발견 된 곳. 위장병, 빈혈, 경계 질환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분출량은 줄어들었으나 아직까지 유명세는 그대로다. 산행의 마무리로 시원한 탄산온천이 기다리고 있다. 오색약수에서 음식점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 좌측 으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유일의 탄산온천을 즐길 수 있는 오색그린야드호텔이 나온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긴장한 근육이 풀어지면서 통증이 더하지만 27℃의 저온에서 발산되는 탄산 기 포가 노폐물을 제거해 피로를 없애 준다. 탄산이 분출되는 시간은 매시 정각. 때문에 정각이 가까워 오면 기포를 맞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 외에도 해송탕, 맥반석열탕, 알칼리탕, 녹차탕 등이 마련되어 있다.  

  기사출처:작성기준일   2004년 08월 04일정보제공 : editor-유철상 writer-정혜정 photographer-이미라 myfriday.joins.com

 

그대 설악을 아는가. 설악의 무엇을 아는가. 옛날 수학여행 길에서 만난 흔들바위의 까닥거리는 고갯짓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내설악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을 마셔 봤는가. 이도 아니면 외설악 험준한 능선에 올라 하찮은 세상사를 발 아래 굽어봤는가. 이 모두를 겪은 그대.
그렇다면 흘림골을 아는가. 만물상과 칠형제봉 사이에 꼭꼭 숨은 골짜기 흘림골을 그대 보았는가.

흘림골을 안다면 그대는 둘 중 하나일 터다. 스무해 이전부터 제 집 드나들듯 설악을 헤집고 다녔거나, 불법 산행도 서슴지 않는 억척
산악인이다. 설악의 흘림골이 1985년 휴식년에 들어간 지 20년 만에 개방을 앞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깊고 험하기로 이름난 설악이 스무해나 깊숙이 숨겨 놓았던 '속살'이다. 그 흘림골을 week&이 먼저 다녀왔다. 등산로가
아직 제대로 없어 산악 가이드가 필요했다. 하지만 산악 가이드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겨우 원로 산악인 이종승(61.현 승우여행사 대표)
씨를 찾아냈다. 그가 20년 만의 흘림골 산행을 인도했다.

설악산=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여심폭포

                               여심폭포

 * 길이 아닌 곳에 길이 있다

등산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노련한 가이드 없이는 시도하기 버거운 산행이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양 방향으로 2㎞쯤 내려오면 길 건너편에 간이 주차장이 보인다. 노령의 가이드는 옛날 고속버스 주차장 터라고 전한다. 여기서 길을 따라 200m쯤 오르니 안내판이 나온다. '등산로 아님'. 과거에 등산로였다는 표시. 즉 흘림골 산행의 시작을 알리는 표시다.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길은 희미하다. 우거진 수풀이 가로막고, 허리 부러진 아름드리 전나무가 떡 버티고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꼿꼿이 서있는다는 주목(朱木)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여느 산행길에선 좀체 보기 힘든 원시림. 8월의 뙤약볕도 새어들지 못한다. 짙은 그늘의 계곡은 그래서 서늘하다. 그럴 만도 하다. 스무해 동안 사람의 발길이 금지됐던 곳이다.

육십 평생을 산에서 살았다는 가이드도 자주 머뭇거린다. 길을 잘못 들어, 올랐다 내려오길 수차례. 길이 아닌 곳에 길이 있다는 얘긴 흘림골 산행을 두고 한 말인 듯 싶다. 멀리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다. "그래, 내가 이 길이라고 했지." 물소리에 가이드의 얼굴이 확 핀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추 한시간쯤 지난 시각. 여심폭포가 지척이다.

*** 차마 볼 수 없는 곳 - 여심폭포에서

1970년대, 그러니까 설악산이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을 때 흘림골은 신혼부부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30m 높이의 폭포에 있다. 여심(女深)폭포.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았다 하여 여심폭포다. 여신(女身)폭포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폭포가 어떻게 생겼느냐. 옛날 얘길 하나 전한다. 조선 선조 때 일이다. 아내의 간통을 적발한 남편이 아내의 '심처'를 돌로 쳐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조정은 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성리학이 지배하던 시대, 다시 말해 성(性)을 천한 것으로 여기던 시대에 여성의 성기를 공문서에 기록하기가 영 거북했던 것이다. 해서 궁리 끝에 이렇게 적었단다. '모나지 않는 돌로(이무방지.以無方之) 차마 못 볼 곳을 때려 죽였다(타살불인견지처.打殺不忍見之處)'. 이후 '불인견지처'는 여성의 성기를 고상하게 에둘러 이를 때 쓰는 표현이 됐다. 여심폭포 아래에서 '불인견지처'가 떠오른 건 당연하다. 그 이상은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환갑의 가이드가 어색한 분위기를 깬다.

"옛날엔 신혼여행 나온 신부들이 죄다 한복 차림이었거든. 그리고 신랑이랑 사이좋게 물을 받아먹었지. 그래야 아들을 낳는다고 했지. 다 옛날 얘길세."

*** 일만한개째 물상이 되어 - 만물상 위에서


어느 산을 가나 '깔딱 고개'는 있게 마련이다. 꼭 정상을 코앞에 두고 경사가 가팔라진다. 산행의 마지막 시련인 셈이다. 흘림골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신혼부부는 여심폭포에서 물만 받아먹고 왔겠지만 등산로는 산을 넘어 등선폭포로 이어진다. 거의 기다시피 산을 탔다. 일행 모두 숨이 '깔딱깔딱' 차오를 무렵 능선 위에 다다랐다. 거친 숨이 대충 진정되자 왼편의 바위 봉우리를 오른다. 앞서 오른 가이드가 손을 내민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손길이리라. 간신히 기어오르니 사방이 훤히 트인다. 두어평 남짓한 널찍한 바위 위. 해발 1004m의 만물상 꼭대기다. 한계령에서 봤던 기기묘묘한 바위산, 만가지 물상처럼 생겼다 하여 만물상이라 불리는 바위산의 맨 꼭대기 위에 서 있는 것이다. 불쑥 지금 한계령에선 우리 모습이 보일까 궁금해졌다. 일만한개째 물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조망은 단연 압권이다. 설악의 이름난 봉우리들이 고스란히 포위한 형세다. 한계령 옆에 톡 튀어나온 봉우리는 설악의 둘째 봉인 귀떼기청봉이고, 능선을 따라 오른쪽 능선 너머에 우뚝 솟은 건 대청봉이다. 계속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요즘 야생화 트레킹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점봉산, 바로 오른편엔 칠형제봉이 서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란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 오색약수에 몸을 풀다


등선폭포로 내려오는 길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철제 계단을 설치하고 있다. 인부들은 등선폭포 쪽 길만 계단을 놓고 흘림골 쪽은 기존 등산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등선폭포까지가 새로이 개방되는 코스다. 하산길은 등선폭포를 지나 주전폭포.십이폭포가 있는 주전골을 따라 이어진다. 옛날 도적이 숨어들어 위조 사전(私錢)을 만들었다고 해서 주전(鑄錢)골이 됐다지만 지금 이 계곡은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무난하다. 특히 가을엔 인파로 넘쳐난다. 주전골은 설악의 3대 단풍 명소다.

여기에서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의 용소폭포로 오르면 바로 산행이 끝난다. 모두 합쳐 3시간이 안 되는 산행이다. 계곡을 내처 탈 수도 있다. 큰고래바위가 있어 원래는 큰고래골이지만 요즘엔 상류의 주전골과 합쳐 주전골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물이 많은 산행이었다. 폭포만 5개다. 만물상 근처를 빼곤 물소리가 거의 끊기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한시간쯤 내려오면 오색약수다. 몸에 좋다고 워낙 소문이 자자해 약수터 앞은 늘 인파로 북적인다. 계곡을 벗어나면 오색약수 관광단지. 예서 산행을 마치고 몸을 푼다.

*** 여행정보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아직 흘림골 입산은 불법이다. 원래는 지난달 1일부터 개방된다고 했다. 그랬다가 이달 1일부터, 다시 20일부터로 잇따라 늦춰졌다. 이번 취재도 애초엔 8월 20일 개방에 맞춰 진행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많이 달랐다.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의 설명을 들었다. 등산로 공사는 늦어도 8월 말까지는 끝난단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산행 시작점의 주차장 시설. 삼삼오오 찾아오는 건 별 탈 없겠지만 대형 전세버스가 몇대씩 주.정차하기엔 지금의 공터로는 턱없이 부족하단다. 그래서 주차 문제가 해결되는 추석 즈음 개방을 예상한다. 늦어도 단풍이 들기 전엔 어떻게든 개방할 계획이다. 설악 최고의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033-636-8355.

흘림골 산행에서 숙박은 오색약수 관광단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원체 유명한 온천 관광지여서 어지간한 부대 시설은 다 갖췄다. 숙박 업소는 늘어섰지만 시설은 대체로 낙후했다.